앤서니 콘스탄티누는 부친의 유산으로 런던에 외환거래회사 ‘캐피탈 월드 마켓(CWM·Capital World Markets)’을 세웠다. 그는 재벌 2세라는 자신의 배경과 월 5%, 연 60%의 고수익률을 내세우며 고객을 끌어모았다. 2013년 말부터 콘스탄티누는 CWM에 투자하면 ‘무위험’ 외환 거래를 통해 연 60%의 수익을 ‘안전하게’ 보장한다며 투자금을 유치했다. 투자금 중 90%는 안전하게 보관하고, 10%만 투자해 고수익을 올리겠다는 설명을 곁들였다.
이런 허무맹랑한 사기극에 사람들이 현혹된 이유는 콘스탄티누의 화려한 배경 때문이었다. 그는 막대한 개인 자산으로 고객의 손실을 보전해 준다고 했다. 유명 기업가의 자식이라는 배경이 있어서 가능한 일이었다. 콘스탄티누는 2015년 런던보트쇼를 후원하며 영국 왕실의 앤 공주, 베아트리스 공주와 친분을 쌓기도 했다. 영국의 명문 축구구단인 첼시, 모토GP와 후원 계약을 맺은 걸 드러내자 투자자들은 더욱 그를 신뢰하게 됐다.
그는 런던의 금융 중심지에 위치한 헤론타워에 사무실을 뒀다. 호화로운 CWM 사무실에서 분주하게 거래하는 트레이더들을 본 고객들의 신뢰는 더 탄탄해졌다. 그러나 CWM 직원들은 사실 진짜 거래가 아닌 모의 투자를 하고 있었다. 경이로운 투자 수익률의 비결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콘스탄티누는 “복잡하고 긴 이야기”라며 설명을 회피했다.
콘스탄티누는 2014년 그리스 산토리니섬에서 호화 결혼식을 올리는데 250만파운드(약 41억원), 호화 부동산 구입에 430만파운드(약 70억원)를 쓰는 등 투자금 상당 부분을 탕진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2014년과 2015년 성폭행 두 건을 저지른 혐의로 1년의 징역형 선고를 받기도 했다. 이 외에도 여러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를 받았다. 폰지 사기극을 벌이고 있었지만, 막상 폰지 사기라는 단어를 언급하는 직원은 해고했다.
콘스탄티누는 재판 도중 자취를 감췄고, 불가리아에서 위조 신분증을 소지한 혐의로 체포됐다 불명의 이유로 풀려난 뒤 행방이 묘연하다. 법원은 체포영장을 발부했고, 그의 출석 여부와 상관없이 6월 9일 선고할 예정이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