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화 결혼식에 41억 탕진…재벌 2세의 '1000억대 사기극'

입력 2023-05-24 05:32   수정 2023-05-24 08:02

영국 런던시 경찰은 7000만 파운드(약 1140억원) 규모의 금융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기소된 앤서니 콘스탄티누(Anthony Constantinou·41)가 22일(현지시간) 사우스워크 크라운 법원에서 배심원단의 만장일치로 유죄 평결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재벌 2세 '배경' 이용한 초대형 폰지 사기
그는 패션업계의 거물로 통했던 아리스토스 콘스탄티누의 아들이다. 아리스토스 콘스탄티누는 1985년 영국 런던에서 총에 맞아 사망했다. 범인이 여전히 밝혀지지 않아 영국의 주요 미제사건 중 하나로 남았다.

앤서니 콘스탄티누는 부친의 유산으로 런던에 외환거래회사 ‘캐피탈 월드 마켓(CWM·Capital World Markets)’을 세웠다. 그는 재벌 2세라는 자신의 배경과 월 5%, 연 60%의 고수익률을 내세우며 고객을 끌어모았다. 2013년 말부터 콘스탄티누는 CWM에 투자하면 ‘무위험’ 외환 거래를 통해 연 60%의 수익을 ‘안전하게’ 보장한다며 투자금을 유치했다. 투자금 중 90%는 안전하게 보관하고, 10%만 투자해 고수익을 올리겠다는 설명을 곁들였다.

이런 허무맹랑한 사기극에 사람들이 현혹된 이유는 콘스탄티누의 화려한 배경 때문이었다. 그는 막대한 개인 자산으로 고객의 손실을 보전해 준다고 했다. 유명 기업가의 자식이라는 배경이 있어서 가능한 일이었다. 콘스탄티누는 2015년 런던보트쇼를 후원하며 영국 왕실의 앤 공주, 베아트리스 공주와 친분을 쌓기도 했다. 영국의 명문 축구구단인 첼시, 모토GP와 후원 계약을 맺은 걸 드러내자 투자자들은 더욱 그를 신뢰하게 됐다.

그는 런던의 금융 중심지에 위치한 헤론타워에 사무실을 뒀다. 호화로운 CWM 사무실에서 분주하게 거래하는 트레이더들을 본 고객들의 신뢰는 더 탄탄해졌다. 그러나 CWM 직원들은 사실 진짜 거래가 아닌 모의 투자를 하고 있었다. 경이로운 투자 수익률의 비결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콘스탄티누는 “복잡하고 긴 이야기”라며 설명을 회피했다.
호화 결혼식에만 41억원 탕진
런던시 경찰은 제보를 받아 2014년부터 수사를 시작했고, 2015년 3월 CWM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콘스탄티누를 체포했다. 수사의 결론은 폰지(다단계) 사기였다. CWM이 외환 거래로 수익을 냈다는 증거는 없었다. 콘스탄티누가 투자자들에게 지급한 수익금의 출처는 다른 투자자들이 맡긴 자금이었다. 런던시 경찰에 따르면 피해자는 250명 이상이다. 인당 최소 투자금은 사기극 초기엔 5만 파운드였다가 나중엔 두 배인 10만 파운드(약 1억6000만원)로 상향됐다.

콘스탄티누는 2014년 그리스 산토리니섬에서 호화 결혼식을 올리는데 250만파운드(약 41억원), 호화 부동산 구입에 430만파운드(약 70억원)를 쓰는 등 투자금 상당 부분을 탕진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2014년과 2015년 성폭행 두 건을 저지른 혐의로 1년의 징역형 선고를 받기도 했다. 이 외에도 여러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를 받았다. 폰지 사기극을 벌이고 있었지만, 막상 폰지 사기라는 단어를 언급하는 직원은 해고했다.

콘스탄티누는 재판 도중 자취를 감췄고, 불가리아에서 위조 신분증을 소지한 혐의로 체포됐다 불명의 이유로 풀려난 뒤 행방이 묘연하다. 법원은 체포영장을 발부했고, 그의 출석 여부와 상관없이 6월 9일 선고할 예정이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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